천연의 인기는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제가 천연 비누를 처음 접한 지 13년 정도 됐는데
아직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천연 비누의 효능이 좋다는 이야기겠죠?
보통 비누를 물어보는 분들에게 설명을 해드릴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MP", "CP", "약산성" 등의 종류에 관한 것이에요.
종류를 설명하려면 각 비누의 특성들에 대해 설명하곤 하는데
처음 듣는 분들은 많이들 헷갈려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많이 사용하는 비누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
MP비누 (녹여붓기 - Melt and Pour Soap)
녹여붓기 비누는 이름 그대로 녹여서 몰드 등에 부어
굳힌 다음 사용하는 비누를 말합니다.
이때 녹이는 것은 비누 베이스, 비누 소지라고 불리는 것인데요.
이 비누 베이스는 공장에서 제조되어 나오는 반제품 형태예요.
흰색과 투명 두 가지가 있는데
투명에 티타늄 디옥사이드를 첨가해 하얗게 색을 넣은 것이 흰색 베이스입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첨가한 것보다는
투명 베이스가 더 천연에 가까울 수는 있지만,
투명 베이스는 식을 때 막이 생겨서
초보자들은 만들기 까다로울 수 있어요.
처음 만드는 분들은 흰색 베이스에 먼저 만들어보고 나서
투명 베이스로 만드는 것을 추천해드려요. :)
이 녹여붓기 비누는 천연 분말, 천연 글리세린,
천연 에센셜(아로마) 오일 등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천연 비누의 범주에 들어가긴 하지만 다른 비누와 비교했을 때
100% 천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공장에서 제조할 때 천연 이외의 원료가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인데요.
다만 제조 과정이 쉬우므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천연 비누가 바로 이 녹여붓기, MP 비누입니다.
MP 비누는 판매되는 몰드 등에 붓기만 하면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고,
분말의 색이 대부분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에
심미적 기능을 더한 디자인 비누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습니다.
CP비누 (저온법 비누, 숙성 비누 – Cold Process Soap)
CP비누, 저온법 비누는 50도 내외의 온도에서 만드는 비누를 말합니다.
천연 비누 중에서는 가장 천연의 이름에 걸맞는 비누예요.
각 효능을 보고 오일들을 고른 다음,
그 오일에 맞춘 양의 가성소다+물을 넣고 제조하고,
일정 기간 이상 숙성을 시킨 다음 사용하는 비누인데요.
가성소다를 제외한 모든 첨가물을 천연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가장 천연 비누다운 비누입니다.
가성소다는 강알칼리성이므로 처음 이 비누를 만들면
강알칼리성의 비누가 완성되는데요.
이대로 쓰게 되면 피부에 엄청난 고통과 자극이 동반되므로
반드시 숙성 기간을 거쳐야 해요.
(저는 카페에서 나눔 받은 이 CP 비누를 처음으로 써봤는데
숙성 전의 비누였었나 봐요.
그것도 모르고 손에 거품을 내서 얼굴에 발랐는데...... ㅠㅠ
‘나 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답니다. ㅎㅎ;;)
※ 우리 피부는 중성 이하의 것을 좋아해요.
중성, 약산성을 사용하는 것이 피부에 가장 좋답니다.
일반 세제, 세정제는 약알칼리성이나 알칼리성을 띄어요.
만들기는 까다롭지만 그만큼 피부에는 좋은 것이 이 비누인데요.
처음 천연 비누라고 해서 MP 비누를 접한 분들은
MP 비누의 촉촉하고 개운함에 반하게 되는데,
그다음 CP 비누를 접하게 되면 MP 비누보다 훠~얼씬 강력한
촉촉함에 반하게 되더라고요. :)
피부 트러블 때문에 천연 비누를 찾는 분이라면
CP 비누나 약산성 비누를 추천해드리고 있어요.
오일마다 넣어야 하는 가성소다의 양이 다 다른데요.
컴퓨터 프로그램, 웹사이트,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에서
가성소다 계산기 혹은 비누화값 계산기 등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거기에 내가 넣을 오일의 양만 입력하면
제조 시 넣어야 할 가성소다의 양을 쉽게 계산할 수 있어요.
다만 제조 시 필요한 디스카운트, 수퍼팻, 물의 양 등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 잊지 마세요. :)
HP 비누 (고온법 비누, Hot Process Soap)
고온법 비누는 편하게 만들면 반쯤 어렵고(?),
완성도를 따져가며 만든다면 굉장히 어려운 비누입니다. ;)
CP 비누와 마찬가지로 오일을 베이스로 사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역시 천연에 가까운 비누인데요.
다만 제조법 중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수 있어요.
이 고온법 비누는 고체와 액체 상태로 나누어 만들 수 있는데요.
이 제형에 따라 넣는 원료도 달라집니다.
70도 이상의 온도에서 만들기 때문에 고온법 비누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고온에서 만드는 동안 숙성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이 비누의 숙성 기간은 CP 비누의 절반 정도입니다.
1. 고체 HP 비누
고체 HP 비누는 CP 비누와 마찬가지로 오일과 가성소다수를 섞지만,
투명도를 생각해 다른 원료들을 일정한 비율로 넣어야 해요.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고요.
이 제조 과정에서 실패도 많이 하기에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요.
실패한다 해도 사용감에 아주 큰 차이는 없으니 그래도 만족도는 높은 편입니다.
이해가 쉽게 촉촉함과 뽀득거림을 예로 들어 비교해 볼게요.
여기서 뽀득거림은 개운함과도 같습니다.
| 촉촉함 | 뽀득거림 | |
| MP 비누 | 중 | 상 |
| CP 비누 | 상 | 중 |
| HP 비누 | 상 | 상 |
물론 개인적인 견해는 다를 수 있지만
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의견이 같았어요.
HP 비누는 촉촉함도 좋지만 뽀득거리는 정도도 좋아서 굉장히 개운해요.
만드는 법만 완벽 숙지한다면 정말 좋은 비누가 바로 이 HP 비누입니다. :)
2. 액체 HP 비누
액체 HP 비누는 가성소다가 아닌 가성가리를 사용한다는 점이
고체 HP 비누와 다릅니다.
가성소다는 NaOH(수산화나트륨),
가성가리는 KOH(수산화칼륨)인데요.
가성소다는 짚을 태운 재로 만들어지고,
가성가리는 나무를 태운 재로 만들어집니다.
만드는 법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과정에서 약간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페이스트(덩어리)를 만들고 나서 이 페이스트를 숙성시킵니다.
일정 기간의 숙성이 끝나면 페이스트를 덜어내어 녹이고,
각종 첨가물을 첨가해 샴푸, 주방 세제, 바디 클렌저 등으로 만듭니다.
손이 많이 가는 대신 이 액체 비누 역시 천연의 이름값을 톡톡히 한답니다.
약산성 비누
다른 비누들에 비해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진 않았지만,
나오면서 정말 핫한 반응을 보인 비누입니다.
우리 피부는 약산성을 사용했을 때 가장 좋아하는데요.
알칼리 계열인 일반 비누로 세안하고 나면 비누 찌꺼기가 피부에 남기도 해요.
이것은 모낭충이 정말 좋아하는 먹이예요.
피부를 열심히 가꾸는 분 중에는 세안 후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린 물로 마무리 헹굼을 하는 분도 있어요.
약산성 비누로 세안하게 되면 이런 번거로움이 없어지겠죠?
이 비누는 모든 피부에 좋지만,
특히 여드름이나 아토피성 피부염에 좋아요.
SCI(소듐 코코일 이소치오네이트), 신데트 분말 등을 사용해
직접 반죽을 해서 만드는 이 비누는
효능은 정말 훌륭하지만, 가루 날림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일반 덴탈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하면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기도 해요. ㅠㅠ
따라서 고통을 수반하기도 하고,
원료 가격이 비싼 편이라서 조금은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세안할 때 뽀득거리지 않고 미끌거리기 때문에 잘 씻어줘야 하는데요.
이런 단점만 극복할 수 있다면 정말 피부가 좋아하는 비누입니다. :)
이렇게 우리가 많이 쓰는 천연 비누들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비누를 만들어 본 사람들은 그냥 습관처럼
“MP 비누가 어쩌고 저쩌고…”,
“CP 비누 숙성시킬 때 어쩌고 저쩌고…”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말이라는 거~
그래도 그동안 천연 비누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런 설명을 보고 알아둔다면 도움이 되겠죠? :)